요즘 음악방송을 보면 방송사들이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심의를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어떤 곡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19금'이 걸리는가 하면,
어떤 곡은 청소년에게 권장되지 않는 가사를 노골적으로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나 인기, 명성이라는 변수에 좌우되어 그대로 방송을 타기도 한다.
그 하나의 분명한 예가 이번에 2PM이 발표한 'Hands Up'(핸즈 업)이라는 곡이다.
우선 'Put Your Hands Up'이라는 정말로 상투적인 표현으로 이제 이런 노래까지 내놓아야 했나...
그 절박한 사정이 정말로 있었는지, 이 곡을 작사, 작곡했다는 박진영의 바닥난 예술성에 심한 애도를 표하며, 본론에 들어간다.
'Hands Up'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Here we go here we go 계속 달리자고',
'이제 겨우 열 두시 아직 해 뜰려면 멀었다고'
'그러니 한잔 더 마시고 다시 시작하자고'
즉, 밤새 술 마시며 놀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다음 부분을 보면, '오빠 믿어도 되지 OK? 나는 먼저 들어갈게 이런 말이 나오는 일이 없게'
여자들도 집에 들어가지 말고, 오빠를 믿고(?) 술 마시면서 외박을 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 부분을 보면, '술 한 잔을 다 같이 들이킬게 one shot 다같이 자 갈게'
다 같이 술 퍼마시면서, 같이 갈데까지(?) 가자고 분위기 조성하고 있다.
이런 노래의 주된 내용은 2PM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주요 퍼포먼스 동작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예컨대, 2PM의 택연, 우영을 비롯하여 모든 멤버들은 클라이막스가 되는
'술 한 잔을 다 같이 들이킬게' 라는 부분에서, 모두 일렬로 정렬, 술 한 잔을 원샷하는 장엄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최근 주말에 방영된 방송 3사의 주요 음악프로그램, KBS '뮤직뱅크', MBC '쇼음악중심', SBS '인기가요'에서
2PM은 거의 최후반에 등장하며 주요 출연진으로 화려한 대미를 장식했고, 뮤직뱅크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방송 3사의 이들 주말 음악 프로그램은 모두 15세 이상 시청가로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노골적으로 '술 퍼먹고, 이성과 함께 외박하면서, 밤 새자'고 부추기는 노래를 방송에서 내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PM 'Hands Up'이라는 곡이 이렇게 상식을 파괴하면서 주말의 화려한 주인공으로 방송 3사의 음악방송에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1) 첫째,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음악방송의 몰상식하고 기준없는 자의적인 심의 기준을 들 수 있다.
심의 위원들에 따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방송을 타기도 하고 못타기도 한다.
같은 '술'이 들어 있어도, 어떤 노래는 '술'이 연상된다는 이유만으로 '19금' 처분을 먹기도 하고, 어떤 곡은 노골적으로 '술 퍼마시고 밤 새자'고 노래하는데도 당당하게 방송의 주인공을 먹고 산다.
2) 둘째, 음악 권력에 대한 방송사들 스스로의 노골적인 빈대 행위다.
2PM이 이렇게 노골적인 곡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말 방송에서 승승장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JYP, 2PM 에 대한 방송사들 스스로의 '빈대 붙기' 행위에 다름 아니다.
2PM이 청소년들한테, 특히 여성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좋으니까, 2PM에게 스스로 방송사들이 빈대 붙어서 묻어 가려는 거다.
즉, 음악 권력에 빈대 붙으려는 방송이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전형적인 이해배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 셋째, 프로모션 그룹 JYP, 즉 박진영의 이유 모를 노골적인(?) 자신감이다.
도대체 이 곡을 만들었다는 박진영은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노래를 만들어서,
또 2PM을 앞잡이 세워서 방송에서 '술 퍼마시자'고 외치게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짐작하건데, 박진영의 음악적 창작력이 고갈되었거나, 아니면 2PM에 기데어 방송사들의 심의기준을 노골적으로 골탕 먹이려고 하던가, 두 가지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아니면, 이 곡의 창작자, 프로듀서로서 박진영의 수준 자체가 이번 프로모션에서는 문제가 된다고 본다.
방송사가 자의적인 심의 기준을 적용하면서 가수들의 많은 노래들이 방송을 타지도 못했고, 더 나아가 '19금'이라는 딱지를 붙이게 되어, 대중들에 대한 프로모션 과정에서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반면에 일부 프로모션 집단들은 권력화되어, 주요 방송이 스스로 이들에게 아부하게 되는 지경까지 왔는데, 이는 명백한 음악, 방송 권력 안에서의 '차별행위'다.
한편으로, 청소년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서 '방송사의 심의 기준을 비웃을만큼' 나름대로 소양과 문화 교양이 있을 것이기에, 2PM 또는 기타 유명 가수 그룹의 노래라도 그 의미를 적절하게 취사선택하여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공중파의 음악 방송은 청소년보다 더욱 어린 유소년들도 시청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유년 시청자들의 '교양'에만 의존하여 이런 문제를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엄격한(?) 심의 기준을 지키는 스스로의 모습에 당당하기 위해서라도,
KBS, MBC, SBS 방송 3사는 2PM 'Hands Up'(핸즈업) 이 곡에 당장 '19금 처분'을 내려주기 바란다.
얼마 전에 KBS2의 코미디 프로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에 등장하는 캐릭터 '동혁이형'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부 '보수' 세력의 언행을 중심으로 '동혁이형' 캐릭터에 대한 퇴줄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올 봄에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KBS 사장을 불러다놓고, 국회에서 '동혁이형'의 적절성을 운운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을 벌였다.
웃기고 어이없는 일이다.
국회의원이 공영방송 사장을 불러다놓고, '표현의 자유'를 만끽해야할 특정 코미디언을 언급하며 '파쇼적 만행'을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파쇼적', '국가주의적 만행'도 그대로 넘어가는게 이명박 정권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 정권은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켰다는 것이다. 말 하나로도 민주주의는 후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이 뭐냐하면,
바로 이런 시각이 '한국 보수주의의 모순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장동혁이 연기하고 있는 '동혁이형' 캐릭터는 사회적으로 초래되는 '비효용'과 '부조리'를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 '개인의 도덕성'을 강조한다.
예컨대, '동혁이형'은 최근에 '도심 길거리의 쓰레기통 부재(不在)' 문제를 언급했다.
서울 한복판 거리에 쓰레기통이 없어졌으니, 쓰레기 버릴때가 마당치가 않아 오히려 거리에서 쓰레기 투기가 성행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리에 쓰레기통이 없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동혁이형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언급한다. 길거리 쓰레기통에 종량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구토'나 '방뇨'와 같은 '오물'을 쏟아내니 아예 시정(市政) 차원에서 쓰레기통을 없애 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시민들의 '편의성'(convenience)이 후퇴해서는 안된다고 '동혁이형'은 지적한다.
일부 개인의 비도덕성에 따른 쓰레기통 관리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쓰레기통 폐지는 '도시 미관'이라는 외형을 위해, '시민의 편의'를 후퇴시킨 '부조리'하고 '비효율적'인 '전시 행정'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동혁이형'은 개인의 '인권', '편의'(convenience)를 부정하는 사회적 비효용, 부조리를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시각은 분명하게 '시민'이라는 일상적 개인이 '구조'와 마주치는 관점에 서 있다.
누구나 가는 군대 '깔깔이', 츄리닝에 가벼운 패션은 시민들의 일상적 '상식'(common sense), '건전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라는 탈을 쓴 일부 세력이 '동혁이형'을 '공격'하는 것은 전혀 적절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이런 시선에서 보면 동혁이형은 정확히 '보수적'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보수주의'는 '사회'의 구조적 억압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옹호하는 것을 그 주요 사명이자 철학적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사회'의 매커니즘을 앞세우면 '전체주의'나 '파쇼주의'로 흐르기 쉽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의 자율성', '개인 의지', '개인의 도덕', '양심'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보수주의'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국가'(國家)나 '애국심'과 같은 '전체의 논리'로 돌아서 버리는 중대한 내적 모순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혁이형' 캐릭터를 위와 같은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사회 구조적'인 '불편'을 지적하고, 개인의 '양심', '도덕성'의 회복을 호소하는 '동혁이형'의 시선은 '보수'의 관점에서 볼 때 지극히 상식적인 관점을 드러낸다.
개인의 철저한 양심과 도덕적 기반 위에 효율적인 사회 시스템을 모색하는 것이 결국 '보수주의'의 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동혁이형'은 보수주의의 시각에서도 매우 만족스런 캐릭터다.
이런 마당에 보수인지는 모르겠으나, 무늬만 보수인지 '보수'를 자부하는 한나라당 세력은 '동혁이형'을 '까'고 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확인하려면,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에 함께 등장하는 유명 캐릭터 '왕비호'(윤형빈 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왕비호'는 말 그대로 '왕 비호감' 캐릭터다.
왕비호는 극도로 부자연스럽고 조화롭지 못한 '분장'을 하고 나와서, 시청자들의 예술적인 미적(美的) 감각을 파괴해 버린다.
시청자들은 그의 등장 자체에서 심기의 불편을 느낀다. '건전한 미적 감흥'을 '불편'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왕비호'의 이런 '패션'은 캐릭터 설정 과정으로 의도되고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성향'이 그렇다던가, 자연적으로 그런 모습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왕비호'의 주요 캐릭터 연기, 즉 그의 '언행'(言行)이다.
왕비호는 초대 손님 게스트(guest)를 불러다놓고, 개인에 대한 '모욕', '비아냥'으로 시종 일관하고 있다.
인물을 눈앞에 불러다놓고, 특정 개인에 대해 '실명'으로 '눈 앞에서 핀잔주기', '비꼬기', '모욕주기'를 서슴치 않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인권'과 '정체성', '존재감'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모욕이다. 그래서 보는 시청자들의 '분노감'을 자극한다.
'게스트'는 개그맨이 아니다. 타인에 대한 모욕을 준다거나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개그맨들끼리' 사전에 협의된 데로 '개그 프로'를 위해서 어느 선에서만 가능한 것이지, 일반인들을 데려다 놓고 '모욕주기' 컨셉으로 연명하는 것은 심각한 불쾌감을 준다.
'웃기기만 하면 되므로 개인에 대한 어떤 모욕이고 상관 없다...' 식의 캐릭터 설정은 '상식적 보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왜냐하면 이런 시각은 막강한 '전체'의 지위에서, '무대 위에서', '권위'를 바탕으로, 나약한 '개인'의 지위에서, '무대 아래에' 있는 특정 당사자에 대한 중대한 '가해 행위'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전체적인 목표를 위해서라면 개인에 대한 어떤 가학적 수단이든 상관없다'는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파쇼'이고 '전체주의'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전체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그 대상이 '인격'이든 '인간'이든 수단화되도 상관없다고 보는 것이 바로 '파쇼'다.
가학적인 억지 웃음을 위해 일반인(연예인 게스트 포함)을 불러다놓고, 무대 위에서 무대 아래를 향해 '독설'을 내뿜는 방식으로 '인격'을 수단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비호'는 '파쇼주의', '전체주의' 시선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결국 일상적, 상식적 '보수'의 시각에서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에서 문제가 되는 캐릭터는 무엇인가?
그렇다. '동혁이형'이 아니라, '왕비호'다. 왕비호 캐릭터는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그래서 필자는 '왕비호' 캐릭터가 수 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도, 처음 등장할 때부터 지금까지 결코 유쾌하지가 않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인의 '인격', '존재감', '정체성'을 가볍게 여기고, '전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인격' 같은 것은 수단으로 치부되어도 상관없다고, '무대 위에서', '공중파에서' 전체적 권위를 활용해 무대 아래로 찍어내리는 것은 절대적으로 '파쇼'의 시선을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식적 보수'라면 오히려 이런 '왕비호' 캐릭터에 대해서 문제제기해야 한다.
(물론 더 지각있는 보수라면 개인의 '예술적 자유' 행위에 왈가불가할 이유가 애초에 없다.)
그런데 소위 한국의 '보수'라고 하는 자들은 이런 '현실'에는 침묵한다. 왜 그런가?
그들은 '보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수의 '탈'을 쓴 준 '파쇼주의자'들일 뿐이다.
그렇기에 '동혁이형'이 등장할 때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왕비호'에서는 '가학적 웃음'을 함께 내뱉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처절하고 비참한' 현실인가... 그 장면을 상상해 보라.
문제는 한국 사회의 '보수주의' 현실이 비단 이런 '코미디 프로' 하나에 비유적으로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거다.
이런 '보수'의 비뚫어진 내면(內面)은 한국 정치 사회 현실에 노골적으로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 절망적인 결정체가 바로 지금 이명박 정권의 주요 트렌드에서 발견되고 있다. '파쇼'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굳이 긴 말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 말하고 싶지도 않다. 때되면 가실 분들이니까.
KBS가 수신료를 인상한다고 한다. 현재 월 2천500원선인 수신료를 월 6천500원 수준으로 대폭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KBS는 TV수상기가 있는 가구(사실상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준조세' 형식으로 매년 일정액의 수신료를 거의 '강제 징수'하고 있다.
이유는 KBS가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고 있는 KBS 수신료 인상 안(案)과 추진 일정을 보면, 과연 KBS가 '공영방송'이 맞는지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1. KBS2가 '공영방송'인가?
KBS는 '보스톤 컨설팅 그룹'의 컨설팅 결과를 받아, KBS2까지 광고를 폐지하고, 전체 수신료를 6천원선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안이 있다고 하지만 '들러리'에 불과하고, 사실상 이 안(案)이 유력하다.
먼저 '보스톤컨설팅그룹'이라고 그럴듯한 컨설팅 그룹에 맡겨 보고서의 권위를 높인 듯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보스톤컨설팅그룹'도 고객의 니즈(needs)에 맞쳐 보고서의 방향을 작성하는 상업기업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도 '장사'하는 것이란 점이다. 한편 외부 컨설팅 그룹에 경영, 전략 자문을 받는 것은 '참고'를 위한 용도일 뿐이지, 이들의 '보고서'를 반드시 채택해야만 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경영 방향과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기업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지, 외부 컨설팅 업체가 그 책임을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KBS와 공영방송의 운명이 그들이 '면피전략'으로 기획한 어떤 컨설팅업체의 '맞춤형 보고서'에 의해 좌우될 수 없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데, 왜 외부 컨설팅 업체의 이름과 용역 보고서를 들먹이는지 생각해보라.
너무 뻔한 것이다. 여론을 무마하고, 마치 '외부의 유력한 견해'에 따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방폐막이', '바람막이'일 뿐이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생각해보자.
이번 KBS 수신료 인상의 핵심 내용은 KBS2 채널까지 광고가 폐지된다는 점에 있다.
현재 KBS1 채널에 상업적 광고가 없는 것은 'KBS1'을 공영방송으로 생각하여, '수신료'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BS2'도 과연 '공영방송'인가?
KBS2는 연예, 오락채널이다. 주요 방송 프로그램도 그런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편 KBS2의 역사도 공영방송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방송통폐합'의 인위적 결과물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방송통폐합' 전후로 KBS2의 방송 내용에 큰 변화는 없었다. 즉 여전히 연예, 오락 위주의 채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KBS2가 형식적으로는 KBS 한국방송공사에 소속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영방송'을 주요 목표로 기능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다른 방송사들과 일상적으로 경쟁하는 채널이라고 보는게 맞다.
따라서 오직 '공영방송'을 위한 특권인 '수신료 지원'의 혜택을 KBS2 채널에게까지 안겨줄 수는 없다.
그것은 KBS2가 공영방송 환경에 '무임승차'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KBS2까지 상업광고 유치를 폐지하고, 수신료 지원을 확대하라는 '보스톤컨설팅그룹'의 보고는 그 근본 토대부터 잘못된 것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
2. '수신료'로 무조건 도피하는 '무사안일', 과연 '공영방송'의 해법인가?
공영방송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야 한다는 대원칙에서 보면, KBS1 채널이 수신료로 운영되는 것은 일응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KBS2 채널까지 완전히 수신료로만 유지되는 것은 전혀 설득력 없다.
무엇보다 오직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수신료' 방식에만 한국방송공사 KBS가 무임승차하는 '무사안일' 해법에는 절대 국민은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KBS1 채널에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이 있더라도, KBS2까지 '경쟁 환경'이 제거되어야 할 당위성을 주지 못한다.
'수신료'가 전체 '한국방송공사' 경영 환경의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것은 KBS 스스로에게 '무사안일',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
부담 당사자인 국민에게도 좋은 결과를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광고 폐지'가 무조건적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KBS2는 자체적으로 '경쟁적 방송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 왔는지 경영 합리화 측면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는 '수신료 지원'을 받는 KBS1도 마찬가지다.
3. '조중동' 방송진입 비용, 왜 국민에게 전가하나?
인터넷에 나도는 'KBS 수신료 인상' 일정
그리고 이제 '진실'을 파해쳐 보자. 솔직하게 얘기하자.
이 마당에 'KBS 수신료 인상'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나올 수 있다. 너무 오래 동결되었기 때문에, 수신료 인상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이 KBS2까지 포함하는 '전체 상업광고 폐지'로 귀결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뻔한 것이다. KBS로 몰리는 방송 광고 물량을 빼내서 이를 미디어법 통과에 따라 새롭게 진입하는 신규 방송사업자들에게 몰아주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수신료를 높이고 광고를 배재해서 미디어 광고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위원장은 '최시중'이고, 그는 이명박 정권의 측근으로, '미디어법' 추진에 가장 팔장선 장본인이다.
그렇다면 그 수혜자들이 누구인가?
그렇다. '조중동'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방송사업 진입을 열망하는 이 정권의 열렬한 '맹종자', '추동자'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방송 사업에 진입하는 비용은 누가 충당하는 꼴이 되는가?
결국 국민이다.
국민에게 'KBS 수신료 인상'을 통해 'KBS 전체 광고'를 폐지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묻자.
'조중동'이 방송 사업자로 진입하는 비용을 왜 국민이 물어야 하는가? 왜 그들이 물어야할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것인가?
애초에 국민들은 '미디어법' 자체에 호의적이지 않다. 이런 마당에 이제는 KBS 마저 '조중동'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이게 과연 '공영방송'이 가야할 길인가? 아니면 공영방송을 살리는 길인가?
이명박 정권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왜 당신들은 '공영방송'을 이처럼 '파탄'내려 하는가?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씨가 안타까운 표 차이로 '패배'했다. 이러한 결과를 받아든 일부 유권자들은 노회찬 책임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보면, 선거인수 8,211,461명(부재자 신고 154,721명 포함) 중에, 4,426,182명(부재자 포함)이 선거 투표에 참여했고, 투표율은 53.9%를 기록하여, 최근 선거에서와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후보별 득표율을 보면,
한나라당 오세훈 2,086,127표, 47.43%,
민주당 한명숙 2,059,715표, 46.84%,
진보신당 노회찬 143,459표, 3.26%,
을 기록하여, 26,412표라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한나라당의 오세훈 후보가 힘겹게 재선에 당선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진보신당의 노회찬 후보가 기록한 143,459표도 적은 수준이 아니어서, 한명숙과 노회찬이 사전에 후보단일화를 했다면, 충분히 오세훈을 이길 수 있었다며, '노회찬 책임론'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선거 결과를 받아들고 있으면, 같은 진영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생길 수가 있다.
그러나, 한명숙씨나 노회찬씨나 엄연히 '희생자'라는 점을 상기해야만 한다.
무엇으로 인한 희생자인가? 바로 선거 전에 남발된 '언론플레이', '여론조사'의 희생자들이다.
1. 노회찬, 한명숙은 여론조사의 희생자
실례로 선거 전에 공개된 주요 신문사, 방송국, 여론조사 기관을 보면,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게 10~20% 이상 뒤쳐지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다 틀린 여론조사였다. 일부에서는 이를 '여권 성향의 여론조사' 기간이 흘리는 '언론플레이'로 지적하기도 했는데, 결론적으로 보면 그랬을 가능성도 높다.
한편, 선거 당일 6시 직후 개표방송으로 진행된 YTN 출구조사 발표 결과에서도 이런 여론조사의 흐름은 시정되지 않았다.
YTN 출구조사를 보면, 여전히 오세훈 후보가 무려 11% 이상 앞서는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런 여론조사들은 잘못된 것이다. 크게 틀렸기 때문이다. 당일에도 크게 오차를 보인 YTN도 물론이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고자 노력한 주요 신문들은 물론이고, 방송사와 협력한 각종 '여론조사 기관'에게도 '책임론'과 '의도', '신뢰성'에 충분히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만일, 선거당일의 투표 결과와 같이,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 노회찬 후보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노회찬 후보는 이미 선거 직전부터 "후보 단일화의 의지가 있다. 다만 한명숙 후보는 지지율을 10% 이상 더 올리고 와서 얘기해야 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계속 공개해왔다.
이 말은 무슨 말이냐 하면,
1) 한명숙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면, 진보 진영의 승리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후보 단일화'에 동조할 명분과 의지가 생기지만,
2) 한명숙 후보의 지지율이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한들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럴꺼면, 차라리 노회찬 후보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레이스를 마무리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울시장 선거 한명숙 후보 진영에서도 '노회찬 후보'와는 특별한 후보단일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회찬 후보도 최근 선거 후 인터뷰에서 그런 사실을 밝혔다.
결국 노회찬, 한명숙 모두 잘못된 '여론조사'의 희생자들일 뿐이다.
2. 진보신당은 단일화 의지가 있었다
진보신당은 애초에 이번 선거에서 충분한 단일화 의지가 있었다.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심상정 후보가 유시민 후보와 단일화를 해주지 않았는가.
심상정 후보는 '후보단일화'에 앞서, 노회찬 후보와 충분히 상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심상정 후보이든, 노회찬 후보이든 충분히 '사퇴'하여 '후보단일화'해줄 의지가 있었다.
그렇다면 심상정 후보가 사퇴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하다. 유시민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더 높게 봤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여론조사 결과가 서울시 사정보다는 경기도가 훨씬 무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노회찬 후보가 사퇴하고, 심상정 후보가 끝까지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 최선이었겠지만, 당시로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3. 심상정 후보가 사퇴했으나...
그렇다면 진보신당 후보들이 사퇴하여, 선거에서 유의미한 '승리'의 결과를 가져왔는지 생각해 보자.
심상정 후보가 사퇴했으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 유시민 후보는 승리하지 못했다.
심상정 후보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사표가 무려 183,387표나 발생, 사상 초유의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다. (서울의 사표는 28,510표)
일부에서는 심상정 후보가 선거 1~2일을 앞두고, 너무 막판에 사퇴해서 그렇다고 지적하나 전혀 적절하지 않다.
후보들이 선거 막판에 사퇴하는 것은 '막판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다. 후보 단일화 효과가 반감하는 시간적인 늘어짐도 막는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사표가 많이 발생했는가?
경기도는 도시, 농촌이 혼재한 아주 큰 혼합적 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후보단일화에 반감을 가진 '진보신당' 지지세력에게 유시민씨가 크게 어필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을 수 있다.
4. 노회찬 후보가 사퇴했다면...
마찬가지다. 노회찬 후보가 만일 사퇴했던들, '진보신당' 지지자들이 다 '한명숙' 지지 표로 돌아섰을까?
오히려 투표를 포기하거나, 여전히 노회찬에게 무효표를 던질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 지지자들조차 오세훈 vs. 한명숙이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사전 정보를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보신당 지지자들조차 '여론조사'의 희생자들이다.
5. 민주당, 진보신당은 '같지가 않다.'
더욱 본질적으로 민주당, 진보신당은 같지가 않다. 이는 진보신당 당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바이다.
지지자들이나 야권은 모두 '진보 계열'로 분류하고 있으나, '진보신당' 스스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러니 당이 따로 있는게 아닌가?
그런 면에서, 노회찬씨에게 나무라는 것은, 왜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는 오세훈씨와 단일화하지 않아, 오세훈의 당선을 힘들게 했느냐고 탓하는 것과 같다.
'당'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필연적인 '단일화'의 대상이 아니다.
이 점은 차후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만 할 점이다. 상황과 내용에 따라 '전략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점이다.
6.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았던 '숨은 표심'이 아주 크게 작용하고, 선거당일 20~30대를 비롯한 젊은 층의 투표 열기가 아주 높았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명숙 후보가 여론조사의 큰 약세에도 불구하고, 선거 당일 '당선권'에 접어드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이런 '박빙의 승부'가 사전에 충분히 예측되었다면, 노회찬씨나 한명숙씨나 모두 단일화를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완벽한 정보'를 알고 있지는 못했다. 더욱이 선거 당일의 투표 민심이 크게 작용한 상황에서는 '여론조사' 자체가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7. 여론조사 방식 문제 없나?
결국 이번 선거는 '여권의 언론 선전전'으로 의심되는 '잘못된 여론조사'가 불완전한 정보를 주면서 후보자들에게도 잘못된 의사선택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기존의 여론조사 방식은 충분히 재검토되어야 한다.
집전화로만 들이미는 기존의 '여론조사' 방식은 이제 전혀 설득력이 있지 않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분히 확인했다.
이메일도 있고, 핸드폰도 있고, 인터넷 웹페이지도 있고,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기술적 진보의 수단은 무한하게 펼쳐져 있다.
이번 선거 당일 투표율의 '무한 신장'도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가 크게 기여한 것이다.
그래서 '여론조사' 방식은 이제 기본적으로 리빌딩(re-bulding)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다.
내가 던 진 한 표의 위력이 그만큼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노회찬이 아니라 한명숙을 뽑았다면, 한명숙씨는 충분히 당선되었을 것이다. (내가 뽑는 사람이 결국 당선된다.)
서울시에서 한명숙씨를 지지하는 적어도 3만명 이상이 기권하지 않고 추가적으로 투표했으면 한명숙씨가 충분히 승리했을 것이다. (내가 투표하는 사람이 결국 당선된다.)
그 이전에 정치적 권리를 행사한 20~30대의 '한 표'가 모이고 모여서 이런 '기적'을 만들어 냈다. (내 표가 결국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는 진보, 보수의 양당제적 구도가 맞다.
한명숙 후보의 아쉬운 패배를 보면서, 노회찬 후보에게 '열변'을 토하는 유권자들은 결국 이런 양당제적 구도를 상식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권자들의 '컨센서스'(consensus)가 결국 옳은 것이다.
'진보신당'이 별 재미를 가져가지 못하고,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패배한 큰 원인일 수도 있다.
그에 반해 지방선거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동참한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큰 재미를 보았다.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은 앞으로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정당 단일화'의 큰 과제가 있다. 이들 정당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조차도 '진보' 단일화 대상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선거구에서 (소수 대표제로) 여러 의원들을 뽑을게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