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씨가 최근 인하대 강연에서 가졌다는 연설에서 '정치쇄신'과 국회 개혁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는데, 전혀 적절치 않은 행동이다.
국회의원 정수를 축소하고, 정당보조금 제도를 없앤다고 하는 등 그 내용에서도 당연히 문제가 있지만, '언급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다른 많은 전문 논객들이 언급하는 바와 같이, 국회의원 정수의 확장은 민의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고, 정당보조금 제도는 정당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국민의 소수의사도 존중하여, 정치로부터의 국민 소외를 막고, 국민의 통합을 추구하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정치쇄신'이라고 주장하는 안철수씨의 그러한 '발언 자체'가 완전히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는 점에 있다.
안철수씨의 발언은 '정치쇄신'이 아니라, 그냥 '권위주의적 파쇼'를 되살리는 '퇴행'일 뿐이다.
왜 그런가?
안철수씨는 예비 대통령 후보로, 최종적으로 후보로 나설지 안나설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 선거에 나오겠다고 밝힌 사람이다.
그는 현재 정당 소속도 아닌 무소속이고, 민주적 정치질서의 근간이며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정당 정치에 대해서 상당히 적대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즉, 안철수씨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행정부의 수반, 국정책임자로서 '대통령'선거에 나오겠다고 밝히고 있는 사람이지, 입법부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고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행정부 권력이, 입법부 권력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예비 대통령 후보로서 국회 권력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행동이다. 그는 지금 행정부 권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지, 입법부 권력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철수씨 본인이 국민의 열망을 반영한다고 하면서도, 실상은 대통령의 권력으로서 국회 권력을 좌지우지 하겠다, 그 정치적 지형을 개편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이미 '월권'이고, 과거 독재주의 정권, 권위주의 정권의 관행적 사고가 '자신이 의식하든 못하든' 자신의 태도로 자연스럽게 체화하고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건 퇴행이고, '사고의 마비' 수준이다.
대통령 선거 후보로서, 국회권력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게 그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삼권분립의 정신에 입각해 있다.
미국식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역대 국내의 대통령들은 그 권력을 바탕으로, 강한 월권을 행사해왔으며, 대부분 '독재'나 '아집'으로 연결된 경우가 다반사였다.
따라서, 대통령제에서 오히려 더욱 국회의 위상은 존중되어야 하고, 그 독립적 권한은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과거 대부분의 역대 국내 대통령들이 국회 및 정당에 강한 월권을 발휘해 왔는데, 그런 권위주의적 '오판'이 안철수씨의 사고방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국회 개편과 국회 권력 구조 개편, 정당의 개편과 정당의 개혁까지를 포함하여, 그 모든 일들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할 일이고, 정당 스스로, 정당을 이루는 개별 권력체들이 스스로 할 일이다.
국회를 개편할 이러한 권한, 그 개편을 촉구할 권한도 사실상 '대통령'에게는 없다. 월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철수씨가 '국회', '정당' 권력을 언급한 거 자체가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으로, '오판'이라는 점을 밝힌다.
예비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국정"에 관하여만, 자신의 포부를 밝혀주면 된다.
국회와 정당의 개혁은 국회와 국민 스스로의 몫이지,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이 된다 한들, 대통령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그런 사고는 '파쇼'이고 '월권'을 정당화하는 퇴행적 소산일 뿐이다.
결국 이번 일은 비숙련자로서 안철수씨의 정치 감각의 미숙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