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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당국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EBS 교육방송의 출제 비중을 70%까지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입장의 당사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3월 19일에는 EBS를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사교육을 없애는 것이 정부의 목표이며, EBS 수능강의만 듣고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해서 말했다고 한다.
'사교육'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 보조기관인 EBS 교육방송의 '수능 교육 기능을 강화하고 입지를 고취시키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일응 수긍할 만하다.
그리고 이런 단호한 대통령의 말을 들으면, 정말로 'EBS 교육방송'으로 'EBS 교재'만 보면 '수능' 시험을 치루는데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필자가 당사자인 일부 학부모들과 대화한 내용에 따르면, 이런 대통령의 수능 교육 정책 의지에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EBS 수능 출제 비중'을 높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물론 환영할 만 하다.
문제는 그것이 사실(Fact)이냐에 있다.
[EBS 수능 출제 비중 확대, 과연 사실인가?]
계속 커져만 가는 '사교육 시장'이 '공교육'과 '가계'에 미치는 폐해아 부담으로 인해, EBS 교육방송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발언은 이미 과거 정권부터 수 차례 있었고, 실제로 시행되었다.
1990년대 초반인 노태우, 김영삼 정권 시절에도 그런 정부의 의지는 있었고, 정말로 실행되었다.
당시에는 '학력고사', 초기의 '수능시험'이 치뤄지던 시절이므로, 결국 'EBS 수능 방송'의 기능과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EBS 수능의 출제 비중'(%)에서 발생한다.
과거 정권을 보면, 연초에 발표하는 대입 수능시험 정책에서, EBS 교육방송에서 수능 출제 비중을 80~90%까지 가져가겠다고 수 차례 밝힌 해가 많았다.
어떤 해에는 연말 수능이 끝난 후 사후 평가에서 실제 수능에서 EBS 출제 비중이 80% 중반까지 달했을 정도로 높았던 것으로 평가된 적도 있다. 1990년대 후반에도 이미 그랬다는 것이다.
이런 과거의 '관행', '업적'에 비하면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수능 비중 70%' 발언은 과연 새로운 것이 있는가?
아니 사실이기라도 한 것인가?
80~90%에 육박했던 과거의 비중에 비하면, EBS에서 70% 정도로 출제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EBS 교육방송에서 수능 출제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이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눈 가리고 아옹'하고 있다는 것이다.
[EBS 수능 70% 출제 비중, 적절한가?]
다음으로, EBS 수능 출제 70% 가 적절한 것인지 생각해 보자.
과거에도 교육방송에서 수능 출제가 80% 이상에 달한 적이 많았다. 그렇다고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았다.
왜 일까?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단 한 가지만 지적해 본다.
EBS에서 설령 80%가 출제되더라도, 나머지 20%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EBS에서 80%가 출제되서, EBS 유형의 문제를 다 맞는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20%는 보장하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에 발언한 70% 비중으로 출제하면 어떻게 될까?
EBS 유형에서 70%를 다 맞추더라도, 나머지 30%가 해결되지 않는다. 100점 만점에 70점 수준 밖에 안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수우미양가'로 치면 '양'에 해당하고, 대학으로 치면 'C-' 학점에도 미치지 못할 수준이다.
그리고, 이 점수, "원점수 100점 만점에 70점"을 받으면 어떤 수준인지 생각해 보자.
2010 수능시험 영역별 표준점수, 등급 분표
예를 들어, 영어, 외국어영역을 생각해 보자.
총 50문제가 출제되는 외국어영역은 2~3문제로도 등급이 바뀐다. 2~3개 이내로 틀려야만 1등급을 받고, 그 이상을 넘으면 등급이 급격히 떨어진다.
만일 외국어 영역에서 50문제 중에 70%인 35문제(=50 X 0.7) 를 맞춘다면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거의 '중간' 수준이거나 그 이하의 수준일 수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시험을 치룬다'는 의미만 있을 뿐, 거의 대입 수능에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해가 된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EBS 교육방송 수능 70% 출제, 나머지 30%는 어디에?]
결국, 사교육 시장이 왜 확대되고, 공교육이 왜 위축되고 있는지 '수험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정직한' 고민과 정책 입안이 없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이 EBS 수능 70% 비중을 언급한 것도 사실상 '기망'이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밝혔듯이, 이런 비중으로는 (1) EBS 수능 출제비중이 확대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은 것이고, (2) 70%를 출제하더라도, 나머지 30%에 대한 비중은 전혀 해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어 영역"의 예에서 보듯이,
수험생들은 최상위 성적과 최고의 목표(과목별 '만점')를 향해 '사교육'이든 '공교육'이든 받는 것이다.
그리고 몇 개의 문제만으로도 학생들의 '표준점수'나 '등급'은 엄청나게 바뀌기 때문에, 단순히 '중간'이나 '중하'의 성적을 보장받는 것으로는 '공교육'의 입지가 크게 제고될 수가 없다.
즉, EBS 70% 출제비중에서 기대할 수 있는 EBS 학습 학생들의 평균은 "중하" 정도에 불과하여, 평균 목표치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나머지 30%의 경쟁을 위해서, 사교육은 오히려 엄청나게 부흥할 것이다. 오히려 EBS 비중이 줄었기 때문이다.
수능 '원점수'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평균적으로 수험생들의 수능 평균 성적이 100점 만점에 60~65점 사이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더 높을 수 있다. 과목에 따라서는 70~80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수능을 출제하는 출제진의 입장에서도 정상적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했다면, 평균 70점 내외에 원점수 평균 성적이 형성되도록 출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애초에 70점 정도를 평균 성적으로 기대하고 출제하는 시험에서, '공교육'을 지원하는 EBS 교육 방송이 최대 70점 수준을 보장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이 말이다.
그럭저럭 자신의 노력을 더하여 상위권에 들어서려면, 평균이 80점대를 넘어서야 하고, 일부 과목은 만점에 가까워야 한다.
이런 시험에서 70점을 보장받는 것이 과연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것을 두고 무슨 '공교육'이 '수능'을 보장한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EBS 수능교육 방송에서 수능 100% 출제하라]
따라서, 결론은 분명하다.
EBS 수능 교육방송에서 수능을 100% 출제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명박 대통령은 오히려 줄어든 EBS 수능 비중을 가지고 더 이상 국민을 '기망'하지 말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정말로, 진심으로 'EBS 공교육'에서 높은 비중을 가져가겠다면, 당당하게 100% 출제를 밝히고, 검토와 시행을 지시하면 된다.
그러나, 필자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에게 거의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줄어든 EBS 출제 비중을 '대폭 올라간 것처럼' '기망'하는 대통령이라는 인간을 보며 오늘 나는 다시 절망한다.
'사기'만 치지 말라는 것이다. '혹세무민'하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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