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께서 입적하기 직전에 삶을 정리하며 우리에게 전하는 최후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 하나로 법정스님의 산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에서 그 말씀을 발견할 수 있다.
법정스님이 입적하시면서, 많은 책들이 절판되거나 품절되어서 구하기 힘들었는데, 이 책도 그 중에 한 권이었다.
그런데, 물량을 맞추기 위해 재고를 풀어서인지, 다행이 이 책을 구입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법정스님께서 잠언으로 남긴 주요 말씀을 시인 류시화가 엮은 것으로 2006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2010년 3월까지 198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법정스님께서 젊었던 시절부터 말씀하신 '무소유'를 비롯하여, '말과 침묵'과 같은 주요 말씀의 꼭지와 담겨 있다.
그래서 법정스님의 젊은 날의 저서를 힘들게 구하려 하지 말고, 이 잠언집으로 대신해 보라는 의견도 많다.
법정스님의 글은 아주 짧고 단순한 문장으로 나타난다. 엄청나게 간결하다.
필자와 같은 범인들이 즐겨하는 지지부진하면서 별 내용없는 문장은 남발하지 않는다.
짧고 평이한 문장과 문체지만 엄청나게 의미있는 내용을 담는다. 그것이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 문장에는 쉽게 따르기 힘든 힘이 있다.
그것이 법정스님 문체의 특징이다. 이 시대의 그 어떤 문필가, 수필가도 따를 수 없는 당신의 문체가 나타나는 것이다. 하기에 불교 수행자이기 이전에, 법정스님은 이 시대의 탁월한 수필가였다.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릴 만큼 사랑받은 이유도, 그만큼 글이 쉽고 간결하게 쓰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문체에는 법정스님의 간결하지만 깊은 '사색'과 '정신'이 담겨 있다. 문체를 넘어서는 '의미'를 충분히 담아낸 것이다.
그러면,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잠언집에 담긴 몇 꼭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말과 침묵]
어떤 사람은
겉으로는 침묵을 지키지만
마음속으로는 남을 꾸짖는다.
그는 쉼없이 지껄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 어떤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말을 하지만
침묵을 지킨다.
필요없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많다. 왜 그런가?
'말'을 많이 하면 확률적으로 남에게 상처줄 가능성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근본 이유는 '생각'을 안하고 '말'부터 내뱉는 것에 있다.
남에게 허튼 소리를 하여 '상처'를 줄 바에야 차라리 '침묵'을 하는게 낫지 않은가.
그래서 '침묵은 금'일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무소유의 삶]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인 생활 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
우리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혈연이든 혈연이 아니든,
관계 속에서 서로 얽히고설켜 이루어진다.
그것이 우리의 존재이다.
무소유란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다.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면 '무소유'를 실천할 수 있다.
불필요한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내 것'이 아닌 '세상의 모든 것'은 내가 소유하지 못한 것이므로, 탐을 내어 '쟁취'해야할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얼마나 큰가?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세상'의 '전부'를 탐내야 한다.
소유와 무소유의 경계가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내 것이 아닌 세상의 모든 것'에 손을 뻗기 시작하면, 소유를 위한 경계는 무한히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런 '경계'를 만들어 내고, 외연을 키워 나가는 잣대는 '마음' 속에 있다.
이런 마음의 경계를 다스리려면, '지혜'를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엮여져 있는 '연기'(緣起)의 삶을 살고 있다.
'내 것', '네 것'을 나누어 경계를 삼고, '소유'만을 따지며 추구하는 것은 서로 '연기'되어 있는 우리의 본질을 망각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서로 연기되어 있다고 깨닫는 순간, 우리가 할 일은 서로 돕고 함께 개척해 나가는 것이지, 누구를 배척하고, '내 것'을 따지는 '소유'가 아니다.
이런 의미일 것이다.
법정스님의 글이나 문체는, 필자와 같은 범인(凡人)의 글쓰기와는 너무나 다가설 수 없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모두가 다다를 수 있는 '참 뜻'의 길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입적을 앞두신 말년에 꼭 남기고 싶은 당신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법정스님의 일생을 두고 남기신 많은 말씀의 꼭지들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삽화와 함께 하고 있어서 들여다보면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 준다.
법정스님의 여러 저서를 이번에 새롭게 접하면게 새삼 느끼는 점은, 문장형식이 이처럼 매우 간결하다는 것이다.
범인(凡人)들이 쉽게 보고 깨우칠 수 있도록 쉽게 쓰셨을 것이다. 그래서 재미있게 보면서 깨우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