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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를 고르며 _유시민

옛 임금의 궁궐 안뜰에서 열린다

정권(政權)과 검권(檢權)과 언권(言權)에 서거(逝去)당한 대통령의 영결식(永訣式)
죄없는 죽음을 공모한 자들이
조문(弔問)을 명분 삼아
거짓 슬픔의 가면을 쓰고 앉아 지켜보는 그 영결식
그래도 나는 거기 가야만 한다
내 마음속의 대통령과
공식적(公式的)으로 작별하기 위해서

검정 싱글 정장을 깨끗이 다려두고
넥타이를 고르면서 묻는다
꼭 검은 것이라야 할까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자들과 같은 것을 매고서 나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였던 사람
스스로 만든 운명을 짊어지고 떠난 대통령에게
공식적(公式的)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넥타이를 고르며
눈을 감고 꿈을 꾼다.
5월 29일 서울시청광장 노제(路祭)에서
노란풍선 백만 개가 하늘 높이 오르는 것을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
사람사는 세상
7년전 우리가 나누었던 그 간절한 소망이
봄풀처럼 솟구쳐 오르는 것을
시대가 준 운명을 받아안고
그 운명이 이끄는 대로 삶을 마감했던
그이의 넋이 훨훨 날아가는 것을
백만 개의 노란 풍선에 실려
운명 따위는 없는 곳
그저 마음가는 대로 살아도 되는 세상으로

다시 눈을 뜨고
넥타이를 고른다
옷장 한켠에 오래 갇혀있었던
노랑넥타이

_ 2009년 5월 27일,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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