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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한민국 육군으로 현역 복무했다.

입대 시기로 치면 이미 십 수년의 성상(星霜)이 넘어간다.

군대에 갔다오면 누구에게든 든든한 '기념품'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군번줄'이다.

군번줄 실물 사진

군번줄은 군인(軍人)의 군번과 이름, 혈액형, 부대기호를 표시한 인식 기호로, 전시, 평시에 상관없이 항상 목걸이로 목에 걸치도록 되어 있다.

군번줄은 군인의 지위 계급 고하(高下)에 상관없이 누구나 항상 차야 하는 '군인' 됨의 기본 표식이다. 

군번줄('인식표')에 달린 금속 '군번표'는 두 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끝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가 있다.

만약 전시 상황이 되서 해당 군인이 전사(戰死)하게 된다면, 동료들은 군번줄을 떼서 하나는 그의 치아에 끼어서 걸어준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군번표는 전우들이 떼어 회수해 온다. 

그게 '군번줄', "군번 인식표"의 기능이다. 전시에 사망하면 시신을 쉽게 현장에서 수습할 수 없기 때문에, 군번줄로 그 기능을 대신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군인(軍人)의 인적사항을 식별하기 위한 것이 '군번줄', '군번표' '군인 인식표'다.

군대는 왜 있는가?

군대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필요성 때문에 있는 것이다. 

옛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이, 100년을 안 써도 하루의 위급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군대'다. 

'군인 수첩, 군인복무규율'

전쟁이나 유사시를 대비해서 언제라도 위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 군대다. 

그래서 군인(軍人)이라면 누구든 지위계급 고하를 떠나서, '군번줄'을 항상 착용하도록 되어 있다. 

병영생활을 하는 병사들이라면 '취침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언제 전쟁이 터지거나, 유사시의 작전, 비상 상황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비상 상황이 되면 어디에 뒀는지도 모를 군번줄부터 찾을텐가?

그래서 항상 군인은 군번줄을 목에 걸어두고 있어야 한다. 

군대(軍隊)에서는 병영의 규율과 기강을 확인하기 위한 상급 부대나 예하 부대의 감찰도 많이 나오는데,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그래서 군인들이 '군번줄'을 잘 매고 있는지 '군번 인식표'의 착용 상태를 점검하는 일이다.

만약 병사든 부사관이든 장교이든 그가 '군번줄'을 안 매고 있다면, '영창'감이고 '징계' 감이다.

이 점은 부대를 지휘하는 장교이거나 별을 단 '장군'(將軍)이라고 해서 다르지가 않다.

필자는 현역(現役) 시절에 '군번줄' 안 달았다는 '장군', '지휘관'을 본 적이 없다.

얼마나 소중한지 필자는 수 십년을 넘는 성상이 이미 지났어도, '군번줄'과 '군인복무규율'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군번줄과 군인복무규율 수첩은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장군에서 이등병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지급되는 기본 필수 물품이다.

그래서 군대는 하나가 된다. 


그런데, 필자는 군을 지휘하는 주요 장군(將軍)들이 '군번줄'을 안 맺다는 희안한 풍경을 현역도 아니고 제대한지 한참 후에 두 눈으로 '지금 이 순간'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4월 3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군 기강 해이 문제를 놓고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 간에 '군 기강 해이' 논란이 벌어졌다고 한다. 

문제의 발단은 이상의 합참의장,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군번줄을 매고 있느냐'는 이진삼 의원의 질문에 모두 '안 매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들을 수행한 장성 및 영관급 장교 26명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하자 겨우 서너 명을 빼꼬는 모두 미착용 상태였다고 한다.

이건 명백한 '군기강 해이'이고 '군 복무 규율'의 기본 의무 위반이다. 

'영창감'이고 당연히 '징계감'이다. 

따라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상의 합참의장,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당사자들 전원에게는 즉각 징계 처분이 내려져야 하고, 인사 조치가 단행되어야 한다. 

동아일보 관련 보도 사진


더욱이 이들은 '왜 군번줄을 안 맺느냐?'는 이진삼 의원의 질문에, '전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고 한다.
전시가 아니어서 군번줄을 맬 필요가 없다면, 지금부터 대한민국 모든 군인들은 '전시가 아니므로' 군번줄을 안 매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군번줄'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그런 말 밖에 안된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국군병영생활 규정'에 '인식표(군번줄)는 항시 목에 걸어 휴대해야 한다'는 규정을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발뺌하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여주었다. 

이건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고, 대한민국 모든 전역자들이 '열 받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으면 이진삼 의원은 현장에서 장군들에게 '경례 자세 시범'까지 펼쳐보였다고 한다.


국민은 지금 "국민들을 심각하게 열받게 하는" 군기강 해이 사태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다. 

지금의 문제는 외부(外部)에 있는게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터졌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원인은 군(軍)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능성을 현재 논의하고 있지만, 적어도 '군 기강 해이'가 이번 사태의 결정적인 원인의 하나임을 이번 '군번줄 미착용' 사태에서 확연히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현역을 마치고 수 십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군번줄(인식표), 군인복무규율(국군병영생활규정)을 현역의 군인들이, 그것도 전 부대를 지휘하는 국군의 수장 장군, 대장(大將)들이 착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심각한 '군 기강 해이'가 아닐 수 없다. 

민간인보다 못한 이런 짓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원칙에 따라 관련자들은 전원 인사 조치가 되어야 한다. 

하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군(美軍) 참모총장과 주한 미군사령관은 "군번줄"을 착용하고 있다. 그것이 군인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미군도 평시, 전시 '인식표'를 착용하는 것은 동일하다.

그리고 이렇게 '당나라 군대'를 만들어 버린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이 정권의 주요 담당자들은 국민에게 즉각 사과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운명을 달리한 용사들은 지하에서도 피 눈물을 흘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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