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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졸작 맞다 _ 진중권 이순신 영화 평가 지지

kiumi 2014. 8. 13. 15:58

 

정유재란시 이순신의 활약을 배경으로 하여 최근에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은 졸작이 맞다.

 

이 영화에 대해서 평론가 진중권씨가 '졸작'이라고 평가했는데, 본인도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진중권씨가 왜 '졸작'이라고 평가했는지, 그 이유를 안 밝혀서 대중들의 의문을 사고 있다.

 

그래서 영화 '명량'이 왜 졸작인지, 여기서 몇 가지 점을 밝혀보고자 한다.

 

참고할 점은, 영화가 '졸작'이어도 '흥행'할 수는 있으며, 반면에 '명작'이어도 흥행 못할 수도 있다.

 

 

 

그러면, 영화 '명량'이 졸작인 이유를 생각해 보자.

 

'졸작'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졸렬한 작품'으로, 영화가 담아야 할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면, '명량'은 왜 졸작인가?

 

 

 

1.

가장 근본적으로 '스토리'(이야기)의 기본 뼈대, 구성, 패러다임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영화 '명량'은 실화인 이순신의 이야기, 그 중에 명량대첩의 이야기를 '두려움' 대 '용기'의 구조로 풀었다.

 

12척의 배로 수 백척의 배를 상대했으니,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복원 구조이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 구조(플롯)을 '두려움' 대 '비두려움'으로 단순화 시켜 버린 것은, 말 그대로 너무 단순화 시켰다는 인상을 준다.

 

영화에 나타난 어떤 '갈등 구조'를 생각해 보면, 이거 하나밖에 없다.

 

그게 어떤 본질적인 두려움이 아니고, 전쟁터에 나가게 되서, 죽을 지도 모르는데 '두렵다.'

 

이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아주 '졸렬한' 기본 가정을 영화의 중심 뼈대로 삼고 있다.

 

당시 이순신의 시대를 생각해 보면, 특히 이미 전쟁터에 나서게 됐다면, 단순히 '전쟁터에 나서서 죽을지도 모르니 두렵다...' 이런 생각으로만 만일 전쟁에 임했을까... 혹은 그런 면을 중심 플롯(구도)로 삼아 굳이 이야기를 끌어나갔어야 하는가... 충분히 의문이다.

 

 

2.

다음으로, 영화를 너무 '희화화'하여 제작했다는 점이다. 웃기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는 '픽션'이고 가공의 사실이다. 즉 영화는 현실이 물론 될 수 없다. 그러나, 역사극이며 사실을 재현하여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 충분히 사실적인 갈등과 사실적인 상황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영화 '명량'을 보면, 마치 중국의 무협영화나 일본의 활극을 섞어 놓은 느낌이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등장인물이나, 상상으로 동원한 인물들을 보더라도 너무 작위적이어서 어떻게 보면 웃음이 나온다.

 

 

3.

역사적인 '고증'의 문제도 지적할 수 있다.

 

배가 너무 크고, 일본 왜구들의 옷도 너무 사실적이지 않고, 덩치들도 너무 크다.

 

옷이나 배나, 특히 거북선의 앞머리는 진짜 무슨 심형래의 '용가리'가 다시 등장한 줄 알았다.

 

이런게 어차피 '영화'니까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순신을 배경으로 한 대형제작비의 영화가 결국은 '이순신'의 인기에 빌붙어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이순신'과 그의 시대에 사과해야 할 점이 아닌가 한다.

 

 

4.

이야기의 전개, 전쟁 장면에서도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물살이 너무 강조된다거나, 포를 중심으로 한 함대끼리의 전투였는지, 서양전투인지 동양전투인지 너무 작위적이어서, 졸렬함이 밀려온다.

 

특히, 적군의 '대도무문'(大道無門) 깃발에서는 무슨 김영삼 전대통령이 찬조출연한 것인지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5.

'카타르시스'와 '긴장', '감동'의 조합의 실패.

 

영화에서 가장 거북했던 것은 '음악'이다. 음악 자체에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왜군의 등장에서 과도하게 강조되는 대형음악은 초반부터 거슬린다.

 

한편, '절정'의 과정에서 절제되어 다가와야 할 감동들이 초반부터 너무 관객들에게 강요되어 다가온다.

 

특히, 음악의 삽입에서 절제되지 못하고, 전 부분에서 과도하게 삽입된 것은 '카타르시스'와 '감동'의 오버스펙(over-spec)을 일으킨다. 지나치게 늘어지고 너무 작위적인 긴장을 지속시켜, 영화에 대한 평가를 대폭 삭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물론 음악만이 아니라, 이야기 전개 자체가 그런 뼈대 위에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은 다시 지적하는 최대 한계다.

 

 

 

결론적으로,

 

영화가 거대 제작비를 들여서 이순신과 명량대첩을 영상화한 시도는 물론 충분히 사야 되지만,

특히 최근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한국영화의 영상기술의 진전은 물론 평가되어야 하지만,

 

이야기의 기본 뼈대를 이루는 구도를 '두려움' 대 '비 두려움'으로 잘못 뽑아서, 마치 다른 시대적, 인간적, 개인적, 사회적 갈등이 다 묻혀 버린 것이나,

 

이순신의 동선은 잡히지만, 주변 인물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이나,

 

전쟁 장면들에서 (기술적인 영상표현의 진전과는 상관없이)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하는 것이나,

 

이순신의 스스로 목을 베어버리는 것이나, 적군이나 아군이나 군복이나 의상이나 깃발까지도 전혀 '고증의 미학'이 없다는 것...

 

그리고 여기서 일일이 다 지적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할 영화에서, 특히 '성웅 이순신'에 대한 본격적인 영화로서,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점은 충분히 이 영화를 '졸작'으로 평가할 근거가 된다.

 

'두려움을 떨쳐버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했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이 '졸렬'하고, 또 그 메시지가 뼈저리게 다가오지 않는데, 그 이유는 영화의 전개가 (기술적인 진전은 있으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본이 '기본기'가 안되어 있다는 점에서 본인도 이 영화는 '졸작'에 가깝다에 한 표를 던진다.

 

다만, 볼거리라는 면에서는 그냥 참고하여 볼 만은 하다.